“민원처리에 기관장이 따로 있나요”
“민원안내에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따로 있나요. 바쁘면 저도 현장에서 뜁니다.”
인천출입국관리소 민원실은 분주하다 못해 정신이 없다.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관리 외국인들이 지난 2000년 3만명에서 현재 12만여명으로 10년 동안 4배 이상 급증했지만 이를 관리하는 출입국사무소 근무자는 전체 97명으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폭주하는 민원 처리를 위해 출입국사무소 간부들까지 현장에 나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박영순 소장(57)도 예외는 아니다.
자원봉사자 틈에서 민원 안내에 열중하고 있는 그가 출입국관리소장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가슴에 달린 ‘소장 박영순’이란 작은 명찰만이 그가 소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부족한 인력으로 민원을 처리하려면 기관장도 나서야 한다”며 “인력 보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흥·안산에 하루빨리 출입국사무소가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주 외국인들이 5만명에 이르는 시흥·안산에 출입국사무소가 없어 부득이 인천까지 원거리를 오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적 취득 등을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은 외국인의 경우 최소 2~3시간 이상 대기해야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 시흥·안산 민원인의 경우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볼 일을 마칠 수 있는 셈이다.
박 소장은 “외국인은 1년에 한두번은 반드시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출입국사무소 5~7층에 마련된 ‘외국인 보호시설’에 대해서도 박 소장은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다.
불법 체류자의 경우 출국 전까지 보통 5일 정도 이곳에서 머물게 되는데 박 소장은 이들을 위해 이·미용 봉사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요가 프로그램’도 도입하고 조만간 심리 상담도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들이 돌아가기 전에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박 소장이 취임한 100일새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배인성기자 isb@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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