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에 위고라는 전도 유망한 젊은이가 있었는 데 혼담이 번번이 깨졌다. 하루는 새벽 달밤에 길을 가다가 좀 기이하게 생긴 노인을 만나 혼인 얘기가 나왔다. 그 노인은 마을 장터에서 채소 장사하는 노파의 딸이 위고의 배필이라고 일러 주었다. 위고가 장터에 가보니 노파의 딸은 세살난 아기였다. 화가 난 그는 하인을 시켜 아기를 해치도록 했으나 약간의 상처만 남겼다.
노총각이 된 위고는 그로부터 14년 뒤 지금의 하남성 어느 현장의 아리따운 딸과 혼담이 성사되어 장가를 들었다. 그런데 신부가 자꾸 이마를 가려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흉터가 있었다. 신부에게 흉터의 사연을 들은 신랑은 이윽고 아내가 채소장사 노파의 딸이었음을 알았다.
신부는 원래 귀한 집 딸이었으나 부모가 갑자기 죽으면서 가운이 기울어 유모이던 노파가 기르다가 현장의 딸로 입양됐던 것이다. 신랑은 크게 뉘우쳐 장인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실직고하자, 현장은 위고가 기이한 노인을 만났던 자리를 정혼점(定婚店)이라고 이름지어 기렸다.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다는 의미가 담긴 ‘월하빙인’(月下氷人)의 고사다. 빙인은 중매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이 역시 얽힌 고사가 따로 있으나 내용은 생략하겠다.
지금은 중매가 아니고 선남선녀들 본인이 선택하는 연애결혼이 보편화 됐지만 혼사가 천정배필(天定配匹)의 인연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짝을 이루는 혼사는 인연이 닿아야 이뤄진다. 인연이 아니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일지라도 성사될듯 하다가 깨지고, 인연이 닿으면 어려울듯 하면서도 이뤄지는 것이 혼사다.
서울에서 200억원대 재산을 가진 49세 미혼녀 사업가가 동갑내기나 열살 연하의 미혼남을 대상으로 어느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공개 구혼을 하고 나섰다. 이렇게 해서 만나는 것도 인연인 진 잘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여성이 재력을 앞세우면 신부를 보고 청혼하는 신랑을 만나기보단, 돈과 결혼하는 남자를 만나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작년엔 천억원대 부호가 데릴사위를 공개 모집한 적이 있는 데, 혼사가 성사 됐으면, 그들 데릴사위 부부가 과연 얼마나 행복한 지 궁금하다. 돈은 행복의 요건이지만 또 화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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