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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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적인 경호를 지양한다는 이유로 전통적으로 군 출신이 맡아왔던 대통령 경호실장을 대민 접촉이 많은 경찰 출신에게 맡겼다. 청와대 주요 진입로의 바리케이드를 모두 철거하고, 일반인의 청와대 앞길 통행시간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린 경호’는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췄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국가원수 보호라는 측면에선 부정적 여론도 없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재직시절 경호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엔 청와대 경내를 관람 중인 한 할머니가 창문을 내린 채 승용차로 이동 중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비닐봉지로 둘러싼 편지를 던진 사건이 있었다. 같은해 7월 노 전 대통령이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관람하던 중에는 한 구단주가 자신의 지정석에 앉지 않고 대통령 옆자리로 다가가 사인볼을 받는 등의 돌출 행동을 해 경호 논란이 일었다. 2004년 12월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 방문 당시 한 해병대 상병이 노 전 대통령을 포옹한 뒤 번쩍 들어 올린 채 한 바퀴를 돌렸던 것도 경호실에서 제지하지 못한 일종의 사고다. 2006년엔 ‘노사모’ 회원이 청와대의 비공개 행사에 녹취가 가능한 전자장비를 반입,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녹취한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 경호의 허점이 지적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도 ‘열린 경호’의 원칙을 유지했다고 한다. 가끔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산책을 다녔고, 새벽에 혼자 나와 논을 둘러보거나 권양숙 여사와 같이 나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23일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할 당시 경호는 의문점이 많다. 우선 경호원의 1차, 2차, 3차 진술이 달라진 것이 석연찮다. 게다가 MBC가 26일 저녁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경호원의 무전 내용 중에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도대체 누구를 ‘놓쳤다’는 것인가.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추락환자에 대한 구급조치 요령을 모를 리 없는 경호원이 119 구급대에 신고하지 않고 낙상한 노 전 대통령을 들쳐 업고 옮겼다는 것도 비상식이다. ‘괴이한 루머’가 사실 무근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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