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후계자

레닌은 일찍이 공산주의 이념의 수정과 공산주의 혁명의 종파행위를 경계했다. 이념의 수정화는 공산당 선언의 훼손을, 그리고 혁명의 종파화는 정체성 훼손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런 레닌의 경구를 어긴 전형적인 수정주의와 종파주의가 김일성주의의 세습제다. 북녘은 이를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라고 말한다.

3대 세습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세 번째 아내 고영희가 낳은 3남 김정운(26)이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고영희는 2004년에 사망했다. 김정운은 고영희가 낳은 아들로는 두 번째며 김 위원장의 첫번 아내인 성혜림이 낳은 김정남(38)까지 치면 세 번째 아들이다. 성혜림은 2002년에 사망했다.

‘척척 척척척 발걸음 / 우리 김대장 발걸음 / 2월의 정기 뿌리며 / 앞으로 척척척 / 발걸음 발걸음 힘차게 한 번 구르면 / 온 나라 강산이 반기며 척척척’ 김정운 후계자를 칭송하는 북측 가요의 ‘발걸음’이라는 가사 1절이다.

평양정권은 로동당과 군부, 핵심 권력 기관과 공민사회는 물론이고 재외 공관에까지 벌이는 김정운 후계자에 대한 충성심 경쟁이 한창이다. 위로는 두 형이 있고 또 권력 기반이 미약한 취약점에 대비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배려인 것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나타난 후계자의 사진은 15년전 11살 적에 찍은 어린 아이 사진이다. 청년 김정운의 자료 사진이 없는 것이다. 사진을 구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북녘 사회가 장막에 가려진 폐쇄사회이기 때문이다. 후계자로 지명, 충성심 경쟁을 벌이면서도 막상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어떤 신비감을 남기기 위해서다. 이것이 북측의 통치 스타일이다. 김정운 후계자가 아버지 위원장 사후에 과연 권력을 제대로 장악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체제가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평양정권을 그래도 좋다고 하는 일부의 남쪽 사람들이다. 그렇게 좋으면 여기서 분탕치지 말고 북에 가서 살면 되겠는데, 가서 살 위인들도 아니다. 북에서도 안 받아주는 것은 말 많은 지식인은 질색이기 때문이다. 남조선에서 저들 말대로 자생적 혁명과업이나 완수하길 바라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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