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지위

원시시대의 모계사회는 먹을거리를 자연에서 채취하던 때다. 남성우위의 사회가 된 것은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농경문화가 열리고 나서다. 농경문화로 인해 땅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영토 분쟁이 생겨 군대의 중요성과 함께 남성 우위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아주 낮았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고구려와 백제의 두 나라 건국 이면에는 소서노(召西奴)라는 여걸이 있었다. 소서노는 주몽의 아내로서, 또 온조의 어머니로서 고구려를 건국한데 이어 백제를 세운 산파역을 했다. 신라에는 선덕·진덕·진성 등 세 여왕이 있었다. 정치적인 지위 말고도 고구려 벽화나 신라 향가에는 여성의 활달한 사회적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고려시대에도 여성의 지위가 위축되진 않았다.

남존여비 사회가 현저해진 것은 조선시대 들어 유교정치가 지배하면서 시작됐다. 신사임당은 이런 유교사회에서 잠재된 재능을 서화로 분출, 규방문화를 꽃피웠다. 이에 비해 민비는 유교사회에선 금기였던 여성의 정치 참여로 금녀의 벽을 깼다.

지난 20세기 종반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접어든 격변의 변화기다. 인류사회가 시작된 이래 이처럼 숨 가쁜 변화를 보인적은 없다. 우리는 지금 그런 격변의 시대에 산다.

정보사회 들어 남성 우위가 거의 퇴색된 것은 농경사회는 물론이고, 산업사회에서도 노동집약형이었던 산업구조가 무너지면서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작금의 사회적 역할에는 남녀의 구별이 거의 없다.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는 사회가 아니다.

사법·행정·외무 등 각종 국가 고시에 여성의 합격률이 더 높아지는 등 각계의 여성 진출이 활발하다. 사무직뿐만이 아니고, 좀 더 있으면 노동 현장의 중장비 등 기사도 여성의 진출 또한 많아질 것이다. 장차에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간에 전문직 인력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얼마전에 도내 여성의 정치 참여도가 낮다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조사 발표가 있었다. 도내 여성의 정치 참여도가 낮은 것은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일 뿐, 전반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타 분야에 비해 여성의 정치 참여도가 낮은 것은 여성 전문 인력이 정치에 큰 매력을 아직은 갖지 않기 때문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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