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배구계가 초·중교 유망주들에 대한 상급 학교의 무차별적 스카우트 경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도배구협회와 도내 초·중교 배구팀에 따르면 각 팀의 우수선수에 대한 일선 지도자들의 스카우트 경쟁이 도를 넘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이는 지난 1996년 12월 제정된 도배구협회의 ‘도내 배구선수 관리기준’이 올해 2월 전면 폐지되면서 동일 시·군 상급학교 연계 진학으로 묶여 있던 것이 타 시·군 상급학교로도 진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국대회 4관왕의 수원시 A초교 6학년 여자선수 2명이 지난 15일 돌연 안산시 B중학 팀으로 진학하기 위해 C초교로 전학을 가자 A초교와 관내 D중학교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두 명은 졸업을 6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B중학교의 스카우트 제의에 학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한 채 C초교로 전학, 이 중 한 명은 감독의 설득으로 16일 다시 복귀했고, 다른 한 명은 C초교에 다니고 있다.
이와 관련 A초교 감독은 “3~4년 동안 애지중지 육성해 놨더니 ‘야반도주’도 아니고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선수를 빼가는 현실에 회의감마저 든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중 감독은 “지난해 관리기준이 있을 때에 D중도 C초교에서 우수선수를 데려갔다”며 “선수와 학부모가 결정해 전학 온 것이고 규정도 없어진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도 시흥시의 E초교 남자 선수 5명을 부천시 F중이 소속팀 감독을 배제한 채 데려가 E초교 팀이 끝내 해체되기도 했다.
이처럼 스카우트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데도 도배구협회는 ‘최소한의 법’인 관리기준마저 폐지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해 일선 배구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한 소속팀 감독을 제외하고 학부모와 직접 접촉해 선수를 빼 가는 지도자와 그동안 자식을 가르친 지도자를 무시하고 스카우트 질서를 무너뜨리는 학부모들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영국기자 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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