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파격 인사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는 안정감은 있으나 무사안일에 흐르기 쉽다. 연공서열을 깬 발탁인사는 불안한 반면에 개혁성이 있다. 대체로 정돈된 시기에는 연공서열, 비상시기에는 발탁인사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성관 서울지검장을 검찰총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국세청장으로 내정한 인사는 충격이다. 백용호 내정자의 국세청장 외부 영입은 국세청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고질적 비리 폐습을 수술키 위해서는 기존의 내부 조직과 무관한 청장이어야 한다고 본 것이 외부 기용의 배경인 것 같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검찰 내부 기수를 두 단계나 건너뛴 고강도 파격이다. 하지만 연공서열을 깬 총장인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서열 순위 3위에서 총장으로 발탁되는 등 서열 파괴의 사례가 없지 않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검찰총장에 대해 지휘권을 지닌 직위다. 이런 자리에 강금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기용된 것 역시 서열 기수가 가장 높아 임명됐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서열 파괴의 전례가 있었긴 해도 천성관 서울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은 가히 기록적인 서열 파괴다. 검찰 내부의 필연적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예견된다. 대통령의 검찰총장, 국세청장의 고강도 발탁인사는 현 시점을 비상시기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평가다. 성공한 인사냐, 실패한 인사냐는 속단은 이르다. 앞으로 두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친뒤 정식으로 임명되고 나서 일하는 것을 보고 판단할 일이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MB맨’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또한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내정자가 50대 초반으로 ‘연부역강’하다. 걱정되는 건 개혁의 실패 전철을 이들도 되풀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공서열이 능사인 것은 아니다. 유능한 후배가 있으면 선배를 앞질러야 조직의 활성화, 즉 발전을 기한다. 그러나 개혁성을 살리지 못한 발탁인사는 조직의 불안만 가져오는 폐단이 있다. 과거의 발탁인사가 성공하지 못한 연유가 개혁성을 살리지 못한데 있다. MB의 이번 파격 인사는 성공할 것인가?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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