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종 사 - 정 승 렬

한줄기 하늬바람이

범종을 흔들고 지나갔다

경전속의 수많은 활자들은

종소리를 타고

일제히 강으로 흩어지고 있다

강물은 경전을 조용히 읽으며

귀먹은 생명들을 위해

나뭇가지마다 푸른 목어 떼를 풀어 놓았다

은빛 비늘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목어 떼들이 산허리를 거슬러 올라

오층석탑을 맴돌고 있다.

사시를 알리는 독경소리가

나의 검은 입을 씻어주고

백팔번의 오체투지로

잃어버렸던 참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버려라, 욕심도 노여움도 어리석음도

비워라, 몸도 마음도,

멀리 보이는 두물머리

강물과 강물이 만나고 있다

끊어 진 인연들이 이어지고

태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있다

* 수종사 : 남양주시 운길산에 있는 사찰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세기문학’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 경기도공무원문학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경기도 항만정책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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