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의 고충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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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2㎞ 기준)이 1천900원에서 2천400원으로 오른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유가인상으로 인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당국이 기본요금을 올려줬지만 택시기사들은 오히려 승객이 감소돼 불만이 적잖다. 번 돈 중 일부를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인상돼 이중고에 시달린다. 택시기사들은 보통 9만1천~9만5천원 가량을 회사에 냈는데 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7월 1일자로 사납금이 1만2천원 이상 올랐다. 문제는 요금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승객이 줄어 택시기사의 하루 수입이 인상 전과 같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사납금만 올랐다는 점이다.

요금 인상 전 주간 근무자의 하루 수입은 11만원, 야간 근무자는 16만원 정도였다. 승객 수 감소로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 수입은 하루 1만원 가량 줄었다. 이 경우 주간 근무자의 하루 수입은 10만원 밖에 안 된다. 10만원 이상으로 오른 사납금도 다 채우지 못한다. 야간 근무 때 번 돈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가 밝힌 실정이다.

“기본요금이 500원 올랐다지만 승객이 줄어 수입은 그대로다. 그런데 사납금을 1만5천원이나 올리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 택시기사들의 하소연이 정말 절절하다. 업무에 미숙하거나 몸이 아파 결근한 이유 등으로 한 달 사납금을 다 채우지 못하는 기사가 지금도 전체의 10% 가량이나 된다. 택시기사들은 생계 유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현행 택시요금을 37%와 36%씩 인상해달라며 도와 시에 건의서를 냈었다. 결정은 아직 안 났지만 업계 요구가 관철된다면 현행 기본요금 1천900원이 경기도는 2천700원으로 800원, 인천시는 2천600원으로 700원이 각각 오른다. 추가요금도 동반 인상된다. 택시 업계는 택시요금 인상만이 택시의 경영난을 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처럼 주장하지만 대뜸 37%, 36%씩 올리면 많은 시민들이 택시를 외면할 게 분명하다. 사납금도 올릴텐데 그렇다면 골탕을 먹는 건 택시기사들 뿐이다. 서울시 택시업계의 실상을 눈여겨보면 과도한 요금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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