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방의원?

A·B 등 두 업체가 있다. 상·하수관 등 부설 전문의 중소기업이다. A가 B보다 규모가 더 컸다. A의 성실성을 관련 업계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A는 검증된 국내 자재만으로 시공한다. B는 더러 중국산 자재를 쓰기도 한다.

이런 시공 자재에도 중국산이 들어온다. 농수산식품만 중국산이 판치는 게 아니라, 시공 자재에도 중국산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값은 중국산이 국산보다 더 싸다. 그러나 중국산은 품질이 떨어져 국산 자재보다 수명이 짧다. 땅속에서 더 빨리 부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땅속에 묻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파보지 않으면 국산 자재인 지, 중국산 자재인 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데 A보다 규모가 작았던 B가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더 큰 업체가 됐다. 기업주가 지방의원이 되고나서 벌어진 현상이다.

듣건데 자치단체의 공사 발주를 따기 위해 지방의원직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말하자면 은근히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공무원이 만약 지방의원의 의도를 받아들이 지 않아 여의치 않으면 여러가지로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방의원들은 기업주 명의를 가족 이름으로 해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기업주는 차명이고 진짜 주인은 지방의원 자신인 것이다.

기업을 갖고 있지 않은 지방의원도 공사 발주에 관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대가성 청탁을 받고 압력을 행사하는 브로커인 것이다. 브로커 지방의원도 있는 터에 기업 겸업 지방의원이 공사 수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치단체와 지방의원의 그 같은 유착은 편법이다. 편법도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다. 뭣보다 기업 겸업의 지방의원이 지방의원 소임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어느 전문업종의 국가 자격증을 지닌 인사가 지방의원이 되면서 나름대로 개혁을 다짐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개혁 피로감에 빠져 이렇게 술회한다. “들어가서 보니까, 얽히고 설킨 게 나 혼자 그래봐야 왕따만 당하더라”는 것이다.

B는 A보다 어떻게 업체를 빨리 키울 수 있었을까?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