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 달리 한국은 총기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통했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진짜 총’ 같은 모의총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30일 고양시에서 모의소총으로 버스 유리창을 향해 유리알탄을 발사한 사건이 사례 중 하나다. 범인이 사용한 개조된 M16 모의소총은 4~5m 떨어진 곳에서도 버스 강화유리를 박살냈다. 30m 이내서 사람이 맞으면 치명적이다. 범인은 이 모의총기를 인터넷에서 105만원에 구입했다. 문제는 이런 모의총기류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총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인터넷에선 완구용 총을 살상무기로 바꿔주는 불법 개조용 부품도 함께 팔린다. 서바이벌 게임 동호인들은 대부분 최대한 실제와 가까운 느낌을 원하기 때문에 게임에 나설 땐 군용 전투식량을 먹는다. 일부 동호인들이 모의총기를 구입해 진짜 총기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개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개조된 총기의 위력은 실제 총기나 마찬가지다. 격발장치인 공이가 있는 서바이벌 게임용 총기에 화약을 넣고 발사하면 사거리가 1㎞를 넘는다.
완구용과 수출용을 제외하곤 모의총기를 제작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5m 이내에서 쐈을 때 A4용지 5장을 뚫을 정도인 0.2J(줄·1줄은 물체를 1m만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을 넘어서면 완구용 총이 아닌 모의총기에 해당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소남 의원 등 의원 10명이 지난 4월 서바이벌 게임용 총기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되 이를 소지하는 사람은 경찰에 신고해 엄격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총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미 모의총기를 제작하거나 소지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포법)을 위반한 건수가 2002년 31건에서 2007년 161건으로 크게 늘었다. 모의총기를 불법으로 밀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된 건수도 2004년엔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 43건으로 늘어났다.
불법 유통된 모의 총기는 강도·폭행·협박 등 각종 범죄에 범행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진짜 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의총기를 들고 백주대로에서 날뛰는 족속들이 나올까봐 심히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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