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태동한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김충환 전 청와대 혁신관리 비서관 등이 주축이다. 이미 1천642명의 신당 창당 제안자도 확보했다고 한다. 참여민주주의의 ‘노무현 가치 실천’을 표방하는 독자 정당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이다. 정세균 민주당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타계 이후,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들고 나섰다. 그런데 노무현 직계가 독자 노선을 선언해 갑자기 묘한 관계가 됐다. 가령, 신당이 적자라면 민주당은 서자가 되는 형상이다.
그러나 신당파의 적자 확립에 이유가 없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후신이다. 이도 중간에 통합민주당을 거쳤다. 그러니까 노무현의 열린우리당과 갈라져 통합민주당 간판을 달았다가, 친노 진영과 다시 합치면서 민주당으로 간판을 또 바꿨다.
말하자면 민주당 사람들이 시세에 불리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다가 또 달라지면 가까이 하는 ‘수서양단’의 처신에 신당파 사람들의 불만이 없지 않아 보인다.
신당이 창당되면 당분간은 민주당과 연대하는 우군 관계일 것이나, 당이 다른 영원한 우군은 없다. 언젠가는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학구조다. 특히 선거철을 맞이하면 이 같은 역학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당파가 노무현의 직계이긴 하지만, 민주당에도 노무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 내 노무현 사람들의 귀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타계가 장차 신당과 민주당의 역학 관계에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의 신당 출현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예상은 됐지만 생각보다 빨리 몸체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갔지만 여전히 정치권 속에 아직 살아있다. 신당의 폭발력이 야권 개편으로까지 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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