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 피해

수확을 앞둔 농작물은 이를 가꾼 농업인의 자식과 같다. 한해동안 땀흘려 애써 일군 결실이기 때문이다. 농업소득도 관심사지만, 탐스런 결실 자체에 갖는 애정 또한 각별하다.

이런 농작물을 마구 해치는 야생동물이 있는가 하면, 도둑질해가는 ‘인종동물’이 설쳐 수확을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가슴을 애타게 한다.

농작물을 해치는 야생동물은 멧돼지, 고라니, 노루, 까치 등이다. 고구마나 장뇌삼이며 땅콩밭을 헤집어 파먹기도 하고, 포도 봉지를 찢어 쪼아대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짐승들은 그냥 파먹기만 하는 게 아니다. 거친 발길로 온 밭을 휘저어 파먹지 않은 작물도 줄기가 상해 망치기가 일쑤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이의 피해를 막기위한 철선울타리나 방조망 설치 비용을 40%가량 지원한다. 고맙긴하나 자부담 소요액 몇백만원을 당장 마련할 길이 없어 야생조수 피해에 속수무책인 농업인들이 적잖은 것 같다. 그런데 야생조수는 갈수록 는다. 환경보호 측면에선 야생조수가 느는 게 긍정적이지만, 또 이런 부정적인 면도 있다.

얼마전 도내서 발생한 일이다. 밤에 남의 고추밭 안으로 소변 보려고 들어갔던 여인이 고추밭 주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불행한 사건도, 따지고 보면 야생동물의 상습적인 농작물 기습이 원인이었다. “짐승인 줄 알고 총을 쐈다”는 것은 고추밭 주인이 경찰에 밝힌 진술 내용이다.

강원도에서는 피서객이 역시 고추밭에 소변 보려 들어가다가 밭 둘레에 쳐놓은 전선에 감전되어 죽은 일이 있었다. 밭주인 말이 “하도, 고추 도둑이 잦아 전선을 치긴 했지만 설마 사람이 죽을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남의 일년 농사를 송두리 채 도둑질해 가는 ‘인종동물’이 없진 않다.

예년에 보면 다 익은 고추밭이나 콩밭 등에 밤중 도둑이 들어 뿌리 채 뽑아 타이탄 트럭에 싣고 달아나는 절도범들이 있었다. 수년동안 가꾼 인삼밭에 도둑이 들기도 한다. 애써 작물을 가꾼 밭 주인이 망연자실할 노릇이다.

야생조수로 인한 작물피해는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밭도둑은 못살아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에도 없었던 도둑이다. 밭작물 피해도 이제 인수 공동의 시대가 됐다. 아니, 그 죄질이 짐승보다도 못하다. 가히 ‘인종동물’이라 할 밭 도둑을 엄단해야 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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