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벤 전 총통

그는 ‘타이완의 아들’로 불리웠다. 대만 국민의 영웅이었다. 2000년 봄 국민당 정부의 만년 정권을 무너뜨린 그의 집권은 기적이었다. 불과 마흔아홉의 나이에 대만 정부의 총통이 된 민진당 당수 천수이벤은 진보세력의 개혁 깃발을 내걸었다. 국민들의 기대 또한 컸다.

그러나 그의 집권은 시행착오 투성이었다. 국민의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정권은 다시 국민당에 넘어갔다. 대만 국민이 그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한 것은 구조적 부패의 베일이 벗겨지면서다. 천수이벤 전 총통이 구속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리고 지난 11일 수뢰 등 죄로 종신형과 함께 평생 공민권 박탈이 선고됐다. 천수이벤만이 아니다. 부부가 함께 종신형을 받았다.

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비리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600억원이다. 부정한 돈의 돈세탁을 맡았던 아들 내외도 유죄가 선고됐다. 이들의 부정을 도운 총통부의 전 집사역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결백하다”는 것은 천수이벤의 말이다. “국민당 정부가 정치적 보복으로 날 얽어 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타이베이지방법원 형사부의 판결 요지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피고인이 총통직을 악용해 비리를 저질러 국민을 실망시키고도, 범행을 감추기 위한 위증을 일삼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종신형 선고의 판결문 내용이다.

그도 처음부터 비리를 저지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출발은 순수한 충정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것이 ‘타이완의 아들’에서 ‘타이완의 수치’로 전락된 잘못이 어디서부터 연유한 것인진 알 수 없지만, 권력은 자신도 베일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 부패에 대한 형량이 무겁기로 평판난 타이완 사법부의 전통에 비추어 평생 감옥에서 썩게될 그의 쉰여덟 나이가 아깝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겐 국가의 최고 덕목이 요구되는 것은, 나라가 다르다하여 다를 바가 없다. 천수이벤 전 대만 총통의 중형 선고가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다. 왜 그럴까?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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