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술은 잘 마시면 친구다. 그러나 잘못 마시면 악마인 것이 술이다. 친구가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것은 마시는 이에게 달렸다. 주객은 우선 술을 마시거나, 마시고 나서 술자리를 함께 한 사람에게 심적 부담을 주지 않아야 된다. 특히 주정을 부리거나 하는 사람은 술을 입에 댈 자격이 없다.

술도 음식이다. 음식이 인간의 삶에 소중한 것이라면 술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술만 들어갔다 하면 개차반이 되는 음주는 술에 대한 모독이다. 술 버릇은 습관이다. 술을 마시면 남이 더 좋아하게 하는 주벽이 있는가 하면, 술을 마시면 남을 귀찮게 하는 주벽이 있다.

주벽 가운데도 아주 몹쓸 주벽이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 또한 술 습관인 것이다. 딴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알코올에 찌든 뇌신경의 순발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사고는 자신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엉뚱한 사람에게 날벼락을 안겨준다. 대물사고에 국한하지 않는 대인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낸다. 인명을 해치거나 평생 불구의 결과를 내는 게 한 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일으키는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의 증가세는 우려스런 현상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에 35만3천여명이던 것이 2008년엔 43만4천여명으로 느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적발 건수다. 단속에 안 걸린 음주운전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 8·15 광복절 특사 때 음주운전 전과를 큰 폭으로 사면했다. 이른바 생계형 사면이다. 그런데 이들 중 특사한 뒤 한달 동안에 다시 적발된 음주운전자가 무려 646명이나 된다. 특사 당일에 적발된 사람만도 17명이다. 과연 음주운전에 관대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음주운전 또한 사회의 공적이다. 중국 같은 데선 음주운전으로 인명을 해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

오는 추석에 일가나 친지들을 만나면 안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술자리다. 오랜만에 만나 갖는 좋은 술자리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설마하고 핸들을 잡는 음주운전을 삼가야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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