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농군학교는 영농사관학교다. 영농 후계자와 미래의 농촌지도자를 양성한다. 영농후계자 등 본과는 교육기간이 2개월이다. 정치인·기업인·공무원 등이 교육받는 특과는 기간이 1주일이다. 모두 60만여명이 이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1954년 고(故) 김용기(金容基) 선생(1909~1988)이 하남시 풍산동산 52의2 일원에 세웠다. 일제시대엔 기독교의 박애정신에 입각한 민족자강운동을 벌였던 분이다. 광복 후에는 농촌 부흥운동에 심혈을 쏟았다. 농촌운동에 관한 공로로 1966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가나안농군학교의 명칭 ‘가나안’은 팔레스티나의 요단강 서쪽 옛 지명이다. 성서에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이상향으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전해졌다. 김용기 선생은 ‘젖과 꿀이 흐르는’ 이상형 농촌 건설을 위해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웠던 것이다.
나라 안팎에서 이토록 명성높은 가나안농군학교가 헐릴 위기에 처했다. 학교의 전 부지가 보금자리 주택사업 시범지구인 하남시 미사지구 수용지에 들었기 때문이다. 김평일 교장이 지금의 자리에 남길 원해 이런 입장을 당국에 전했지만 허사가 됐다. 사업 시행자인 주공 측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다.
하남 시내에서는 학교를 새로 지을 대체 부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안농군학교가 경기도내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보금자리주택을 지어도 그렇지, 꼭 가나안농군학교를 쫓아 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주택지 인근에 명망있는 이런 학교가 있는 게 오히려 자랑일 것으로 여겨진다.
뒷집을 지어놓고 앞집더러 뜯어내라고 하는 격이다. 보금자리주택이 비록 정책사업이긴 해도, 전통있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철거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설령 옮긴다 해도 창설 당시의 유서깊은 면모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된다.
이도 개발지상주의의 횡포다. 개발도 좋지만 전통을 무시하는 개발 만능주의 사고는 문화사회, 문화국가라 하기 어렵다. 가나안농군학교는 그대로 존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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