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이라니

본드걸은 영국의 첩보영화 ‘007’ 시리즈 주연 제임스 본드를 둘러싼 미모의 여성들이다. 제임스 본드를 돕는 본드걸도 있고, 해치는 본드걸도 있다. 스토리를 반전시키고 또 몸매가 팔등신인 것이 본드걸의 공통된 특성이다. 영화의 섹스 심벌 구실을 한다.

‘007’ 영화는 1963년 테렌스 영 감독, 숀 코넬리 주연의 ‘007 위기일발’ 이후 20여편이 제작됐다. 초대 제임스 본드 역의 숀 코넬리는 무명이었던 것이 ‘007 위기일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등은 본드 역 후계자들이다. ‘007 음악’은 존 베리가 가장 많이 맡았다.

일부 언론에서 ‘은반의 여왕’ 김연아 선수(19·고려대)를 ‘본드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007’영화음악을 쇼트프로그램 연기의 배경 음악으로 한 데서 그렇게 부른다지만 비약된 표현이다. ‘본드걸’의 ‘섹시한 이미지’로 묘사하는 것 또한 망발이다.

지난 17일 파리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시즌 첫대회 피겨 그랑프리 1차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환상적 연기를 펼친 김연아 선수가 76.08로 1위에 올랐다. 2위의 일본 나카노 유카리 선수는 59.64로 무려 17.6 차이가 나게 따돌렸다.

이어 가진 프리스케이팅에서는 210.3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다.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2위로 173.99에 그쳐 무려 36.31이나 차이가 났다. 김연아 선수의 협주곡은 피아노 바장조다. 그랑프리대회 연속 6회 우승의 위업을 세웠다. “(꿈의 210점대 진입에) 나도 놀라 한동안 멍했다”고 한다. 김연아 선수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 자랑스럽다.

스포츠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흥행성을 추구하고 스포츠는 훈련의 진정성을 추구한다. 영화는 한 편 출연으로 일약 행운의 스타덤에 오르지만, 스포츠에서는 한 번으로 단번에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법은 없다. 영화는 매스컴에서 스타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스포츠에선 실력이 없으면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다.

‘본드걸’이니, 뭐니 하는 선정적 상업성 보도는 선수와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연기다’라는 것은 현지 언론의 보도다. 본받아야 한다. 김연아 선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올 제47회 대한민국 체육상 경기부문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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