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묘’

 

때 : 2일 오전 10시18분~ 10시25분

곳 :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특별출연 : 자유선진당 의원 17명

              민주노동당 의원 5명

상황 :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대독하려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제지키 위해 연단을 에워싸 한동안 승강이가 벌어짐. 정 총리는 옥신각신 끝에 오른쪽 팔을 붙잡힌 상대의 손을 뿌리치고 연설을 시작했음. 자유선진당 의원 전원 퇴장.

(정 총리 연설 도중 민주노동당 의석에서 용산 참사와 관련,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듦. “총리, 여기 좀 보고 하세요” “용산사태 빨리 해결하시오” 등 고함 소리가 나옴.

 

자유선진당은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민주노동당은 의사일정에 없는 일로 소란을 피운 것은 국회의 후진성을 드러낸 부끄러운 행태다. 이날 국회 방청석엔 키르기스스탄(옛 소련의 자치공화국) 국회의원 8명이 방청하고 있었다.

 

주목된 것은 민주당 의석이 조용했다는 사실이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의 물리력 행사를 막으려고,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이 나갔을 적에 전 같으면 민주당 의원들도 덩달아 쫓아 나갔을 법한데 그냥 자리만 지킨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변화론’ 이후 처음 보는 달라진 모습이다. 앞으로는 국회에서 몸싸움도 않고, 국민의 실익을 위한 것이라면 이념을 초월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변화론’이다. 미디어법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결의했던 의원직 총사퇴도 철회했다. 의회정치의 존중을 의미하는 그 같은 변화가 얼마나 갈 것인진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튼 다행스런 현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고무적인 10·28 재보선 승리가 변화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보아지는 것은 지난 10·28 재보선에서 몰락한 군소정당이 국회에서 이번에 소란을 피웠다는 점이다. 자유선진당이나 민주노동당은 단 1석도 못 얻었을 뿐만이 아니라, 득표율 또한 민주노동당은 7.2%, 자유선진당은 3.3~4.4%에 그쳤다.

 

국민은 국회 파행에 넌더리가 나있다.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 깡패 같은 짓을 일삼는 정당은 이제 미래가 없음을 명심해야 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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