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오류

한비자(韓非子) 좌하편에 나오는 고사다. 그대로 옮긴다.

공자가 위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그 제자 자고가 옥리로 있으면서 어느 죄인의 발을 자르고 그 사람을 문지기로 삼았다.

 

이즈음 공자를 위나라 임금에게 참소하는 사람이 있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중니(仲尼·공자의 자)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위나라 임금이 이 말을 듣고 공자를 잡으려 하였다.

 

이 때 자고가 공자를 따라 문을 나가려 하자, 발 잘린 문지기가 자고를 인도하여 문 밑에 있는 방 안으로 피하게 하였으므로 관헌이 추적하였으나 잡지 못하였다.

 

한밤이 되자 자고가 물어보았다. “나는 임금의 법령을 어기지 못하여 그대의 발을 친히 잘랐으니 이 때야말로 그대가 원수를 갚을 기회인데 무슨 연고로 나를 피하게 했는지, 어찌하여 이 대접을 그대에 받는가?” 발 잘린 사람이 말하였다. “내가 당한 벌은 진실로 내 죄에 해당하거늘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니겠소. 그러나 귀공께서 저의 죄를 다스려야 할 때, 귀공은 저를 도와 면죄를 심히 바랐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결이 끝나 죄의 언도가 정하여지자 귀공께서 슬피 생각하였음이 안색에 드러났던 것을 저는 보고 또 알았습니다. 이를 어찌 귀공의 은덕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공자 일행은 그 문지기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할 수가 있었다.

 

한비자는 엄격한 형벌로 치세를 주장한 형명(刑名)사상의 법술가였다. 위의 고사는 죄가 있어 처벌을 받으면 윗사람을 원망하지 아니한다고 한 예증(例證)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틀렸다. 현세는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고도 깨끗하다고 우긴다. 나라에서 으뜸가는 자리에 앉아 260억원을 해먹은 비리 추궁을 너무 심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갖 몹쓸 짓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모함을 서슴지 않는 세태다. 은혜를 원수로 갚고, 의리를 배반하기가 일쑤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부딪치면 배신을 밥먹 듯이 해댄다. 한비자가 현세에 있으면 뭐라고 말할 것인지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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