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승부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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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승부수는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바꾼다. 역대 대통령들이 던진 정치적 승부수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대표적인 승부수다. 당시 엄청난 반대 속에서도 밀어붙여 성공한 대표적인 승부수다. 먹고살기도 힘든 당시 상황에 정부수립 후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공사를 비싼 차관을 들여 추진한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후일 초고속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통과는 대표적인 ‘실패한 승부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154명이 성탄절에 서울 시내 호텔에 나눠 투숙하다 다음 날인 26일 새벽 차창이 가려진 관광버스를 타고 국회로 들어가 야당 없이 단독으로 11개 법안을 7분만에 처리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것은 성공한 승부수로 꼽힌다.

 

대선 ‘4수’ 끝에 꿈을 이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1997년 김종필(JP) 자민련 총재와의 이른바 ‘DJP연합’도 승부수였다. DJ는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둔 국민회의 총재 시절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이뤄 대통령이 됐지만 국민여론이 내각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조를 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위기가 닥칠 때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지지도 추락에 직면한 그는 2005년 한나라당에 느닷없이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세력들로부터도 ‘무모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제안으로 여겨졌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및 국회의원 총선 날짜를 맞추자는 ‘윈포인트 개헌론’은 마지막 승부수였지만 차기 정권때 개헌을 추진한다는 정치권의 어정쩡한 약속을 명분으로 철회했다.

 

2009년 11월, 임기 2년차인 이명박(MB) 대통령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지도 모를 ‘세종시 문제’에 정면돌파 승부수를 굳혔다. 대통령 후보시절 거듭 약속한 세종시 원안을 뒤집으려는 건 큰 정치적 부담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친박측 의원들의 반대도 산 넘어 산이다. 승부수가 실패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수세에 몰린다. 무슨 비법이 있는지 그래도 MB의 모습이 밝은 건 다행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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