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내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구회’는 1988년 2차 사법파동 때 소장 판사들이 만든 사조직이다. 진보성향의 모임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판이다. 120여명의 회원이 있다. 정기논문집을 발행하는 등 학술 모임을 자칭한다.
판사들 중엔 보수성향 판사도 있다. 진보성향 판사가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판은 법치다. 만약 이념적 잣대로 재판을 한다면 그것은 정치다. 보수성향 판사든, 진보성향 판사든 법치가 아닌 정치 재판은 금물이다. 판사는 예컨대 동창회에 나가기도 무척 조심스럽다. 직무에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만나지 못하는 고독한 직업이 판사다.
판사들끼리 만나는 것이야 괜찮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에도 함정은 있다. 가령 같은 모임을 갖는 하급심의 항소심을 같은 모임의 판사가 맡게되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역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판사들끼리의 모임 또한 이래서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진보성향 판사들 모임이 있으므로, 보수성향 판사들이 모임을 만든다고 가정해보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판사들이 이렇게 편을 가르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보수성향 판사들 모임이 생겨선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보성향 판사들 모임은 있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우리법연구회’의 판단이나 논의의 기조가 혹시 회원간에 기속력을 갖는다면, 자유심증주의에 배치될 수가 있음을 우려한다. 이렇게 되면 마치 법정증거주의처럼 재판의 경직성을 면키어렵다. 앞서 예를 든 같은 회원간의 상·하급심 재판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를 불법 점거한 민노당 사람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회원 판사가 어느 진보 정당 대표의 후원회에 가서 후원금을 내어 물의를 빚은 부적절한 사례가 판사의 처신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준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판사가 변호사를 개업하면 같은 모임의 회원들로 재조 법조인과 재야 법조인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도 궁금하다. ‘우리법연구회’ 자체는 아무리 순수하다 할지라도, 국민사회의 우려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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