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대신 골키퍼 김용대 투입… 정성룡, 필드로 돌려
22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십 2009’ 6강 플레이오프(PO) 성남 일화-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경기 전 성남의 ‘초보 감독’ 신태용 감독은 기자들에게 “오늘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감독 데뷔 후 첫 승을 기록한 지난 4월 포항전에서 레슬링복을 입고 맥콜로 샤워를 했던 신 감독이었기에 충분히 기대를 모을만 했지만, 전반 종료직전 사샤의 퇴장과 연장 후반 조병국의 퇴장으로 경기가 성남에 불리하게 흘러가면서 누구도 이 ‘재미있는 일’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남은 숫적열세를 딛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고, 1대1로 승부차기에 들어가야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주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반 종료 후 퇴장당해 벤치가 아닌 스탠드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신 감독은 경기 종료직전 김도훈 코치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했고, 김 코치는 곧바로 필드플레이어인 주장 김정우 대신 골키퍼 김용대를 투입했다.
성남에는 이미 선발 골키퍼 정성룡이 있었기에 골키퍼 2명이 뛰는 신 감독 말대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골키퍼 자리에 김용대가 투입되고 정성룡은 미리 준비한 필드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골키퍼 2명이 골문을 지키는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것은 지난 8일 수원과의 FA컵 결승전에서 다 잡았던 경기를 승부차기 끝에 놓친 신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 것으로 승부차기에 강한 김용대를 골키퍼에 투입하고 킥이 좋은 정성룡을 키커로 내보내기 위한 준비된 작전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용대는 상대 1·4번 키커의 킥을 막아내고, 5번 키커로 나서 골까지 성공시켜 성남의 3대2 승리 주역이 되었지만 3번 키커로 나선 정성룡은 실축하며 신 감독의 용병술은 절반 성공이 됐다.
하지만 데뷔 첫 해 팀을 리그 4위와 FA컵 준우승에 올려놓고 시즌 최종전이 될 수 있었던 이 날 경기에서 그것도 벤치가 아닌 스탠드에 앉아 보여준 신 감독의 ‘재미있는 용병술’ 덕에 성남은 통산 8번째 K-리그 챔피언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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