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황의 연극계에 호황을 누리는 연극이 있다. ‘예술집단 참’이 제작한 성시환 연출의 ‘교수와 여제자’다. 40대 중반의 교수가 여제자로 인해 성적 장애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지난 10월23일 시작된 이 연극이 15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 때마다 표가 매진돼 1만명을 돌파한 덴 연유가 있다. 여주인공 제자역 연기자가 알몸 연기를 벌이기 때문이다. 연극 중간에서 입었던 옷을 홀라당 벗는 전라의 알몸 연기는 약 10분 동안 계속된다. 관람객이 여기는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대목이다.
사고가 없지 않다. 어느 남성 관객은 성행위 장면 묘사를 보다가 갑자기 호흡장애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올라가 알몸의 여배우를 껴안는 기습 성희롱도 있었다. 그러나 극단 측이 기습한 관객의 사과만 받고 그친 것은 문제를 일으켜 시끄럽게 하기 싫었던 원려 때문일 것이다.
국어대사전은 외설에 대해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남녀 간의 육욕상의 행위에 관한 추잡하고 예의 없는 일, 남의 색정을 자극·도발하거나 또는 자기의 색정을 외부에 나타내려고 하는 추한 행위’라고 했다. ‘교수와 여제자’의 연극에서 나오는 여제자역의 알몸 연기는 분명히 위의 외설 풀이에 저촉된다. 그런데 이유 없이 옷을 벗는 게 아니다. 여제자와의 관계로 중년 남성의 성 장애가 극복된다는 것이 연극의 주제이고 보면 핵심이 되는 필요 장면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이 사실적(寫實的)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연극인 간에도 비판이 없지 않다. “도가 지나친 노출 상술은 연극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문제는 그럼 어느 정도의 노출을 적정선으로 보느냐는 의문에 대해 기계적인 확답은 없다는 점이다. ‘교수와 여제자’의 연극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논란은 이미 오래된 진부한 제목이다. 그러나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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