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부패

사무용품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산 것처럼 거짓서류를 꾸몄다. 3년 동안을 이랬다. 이렇게 해서 빼돌린 돈이 7억원이다. 충청남도 홍성군청 얘기다. 검찰에 이로인해 입건된 수가 100여명이고 보면, 군청이 온통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지대子가 행정관서를 출입할 때도 그랬던 개연적 사실이다. 수용비는 구입한 것처럼 꾸미고, 여비는 앉은뱅이 출장으로 다녀온 것처럼 꾸미고, 야근수당은 안 하고도 한 것처럼 꾸미는 등 갖가지 예산을 별의별 수단으로 빼먹곤 했다. 빼돌린 돈 일부는 과원(課員)들이 나눠먹고 나머지 일부는 과비(課費)로 모아둬 과원들 경조사에 쓰였지만, 주말이면 ‘과장님’ 목욕비로 지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과비가 떨어지면 다음 추경예산에서 과비를 만들어 갚을 요량으로 사채를 얻어 과비로 썼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홍성군청의 얘길 듣다보니 예전의 행태가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예산을 빼먹으면서도 죄의식은 커녕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공식부패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홍성군청의 경우도 으레 그러는 공식부패로 알아 죄의식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는 관행적 비리다. 준공식부패는 명절 상납이나 전별금 등을 예로 들 수가 있다.

 

공무원부패는 뇌물수수 같은 지하부패만이 부패인 것은 아니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 또한 공무원부패다. 공식부패에 대한 부패의식이 둔감한 것은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그만큼 낮다는 반증이다. 예를 들면 공무원들이 예산으로 밥을 먹는 경우와 사비로 밥을 먹는 경우를 대비하면 확연히 구분된다. 예산으로 먹을 땐 사비로 먹을 때 처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영국은 커피 한 잔도 뇌물로 간주하는 나라다. 예산 전용은 공무원 범죄의 최대 수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와 비교하면 공무원문화의 격차가 천양지차이다. 물론 우리의 공무원사회도 많이 달라졌다지만 아직 멀었다. 공식부패, 준공식부패에 둔감한 공무원사회가 결코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다. 홍성군청의 집단비위를 보면서, 이런 구조적 비리가 어찌 홍성군청만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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