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문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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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과 초대권을 받고 신분을 과시하러 온 사람이다.

 

관람 품격도 두 가지인데 음악회의 경우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3~5개 악장으로 구성된 클래식음악 작품은 연주 시간이 길어 악장 사이에 잠깐 연주를 멈춘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점검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이때 요란하게 박수를 치면 곡 흐름이 깨진다. 연주자들은 크게 당황한다.

 

곡이 끝나는 순간을 잘 몰라도 적당한 눈치만 있으면 실수는 안 한다. 연주자들이 인사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박수 칠 때를 몰라도 민망하지만 너무 성급해도 안 된다. 곡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를 치면 잔향과 여운을 음미하는 것을 방해한다.

 

공연 초반 종종 일어나는 실랑이도 공연장 예의에 어긋난다. 늦게 온 사람이 제자리를 선점한 ‘메뚜기 관객’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소리내 요구한다. 남의 자리에 앉았다 쫒겨난 ‘메뚜기’는 빈 의자를 찾느라 허둥댄다. 뒷좌석 관람객들이 방해를 받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공연 중에 핸드폰 통화를 하거나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는 ‘꼴볼견 관객’도 적잖다. 공연장에서 모자를 쓰고 있거나 구두를 벗은 채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관객도 볼썽 사납긴 마찬가지다.

 

부모의 조기교육 욕심이 공연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회에 입장 가능한 어린이 나이는 만 7세이지만 나이를 속이고 데려오는 관객도 많다. 음악회 내내 몸을 뒤틀고 짜증 내는 아이는 주변 관객들에게 민폐가 된다.

 

공연장 문화예술 품격을 갖추지 못한 사회 각계 리더들도 꽤 많다. 한 전직 대통령은 공연장에 와서 내내 시계만 보다 쉬는 시간에 가버려 구설에 올랐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악장 중간에 나가버리는 대기업 경영인도 있었다. 이런 관객은 대개 초청장을 받고 입장한 사람들이다.

 

‘지지대者’도 문화부장 시절 초대권을 받고 가끔 음악감상을 했었는데 심취한 상태가 아니면서도 어쩌다 눈을 감는 순간이 있어 음악 공연장은 잘 가지 못한다. 공연문화가 정착되려면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문화 에티켓을 가르쳐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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