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자치단체장들이 몸조심하느라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부터의 홍보행위 금지 조항에 저촉될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일부턴 각종 홍보성 행사가 올 스톱됐다.

 

자치단체장은 민간단체와 간담회 같은 것도 가질 수 없다. 자치단체의 한 해 활동이나 새로운 사업계획 발표도 못한다. 홍보활동으로 제한됐다. 심지어는 이웃돕기에 참석하거나 물품 지원도 할 수 없다. 기부행위 금지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를 위해서이지만 이런 게 과연 공명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진 의문이다. 자치단체장이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 생필품 같은 걸 전하는 것은 직무이기도 하다. 지난 한해 동안의 자치단체 운영 실적이나, 새해 계획 등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선거법이 자치단체장과 지역주민을 가로막고 있다.

 

웃기는 사례를 한 가지 든다. 선거일 180일 전의 홍보금지기간 이전에도 자치단체장의 축사 기고문 등에 이런 게 있었다. 가령 어느 민간단체 행사 유인물에 축사를 실을 것 같으면 ‘○○시장’이라고 한 것은 되고 ‘○○시장 아무개’라고 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의 해석이다. 시장 이름을 모를리 없는 지역사회에서 시장 이름을 밝히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강박 관념이다. 공식 직함을 ‘○○시장 아무개’까지로 보는 것이 정상이다. 어떻든 이 때문에 연말이면 시상돼야 할 각종 자치단체장 표창 또한 일제히 중단됐다.

 

자치단체장의 홍보행위 금지 등은 다음 선거에 또 나갈 경우를 감안해 현직의 프리미엄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직무행위까지 막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오히려 암암리에 사전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자치단체장 지망생들이다.

 

실정에 맞지 않는 법규는 일몰해야 된다. 이렇긴 해도 작금의 자치단체장들은 법이 무서워 보신주의에 급급한다. 법을 무서워하는 것은 좋으나 지방자치가 단체장 임기를 반년이나 남겨놓고 뇌사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큰 문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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