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01년 이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그동안 발표한 단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2001), 이합집산(離合集散·2002), 우왕좌왕(右往左往·2003), 당동벌이(黨同伐異·2004), 상화하택(上火下澤·2005), 밀운불우(密雲不雨·2006), 자기기인(自欺欺人·2007), 호질기의(護疾忌醫·2008)였고, 2009년 올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오리무중, 이합집산, 우왕좌왕은 비교적 많이 알고 있지만 다른 단어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자성어여서 현학적(衒學的)이다.
일본, 중국, 대만은 ‘올해의 한자(漢字)’로 한 글자를 정한다. 일본의 경우 2008년은 미국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쳐 ‘변(變)’이었다. 올해엔 하토야마 신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신종플루 경각심이 반영돼 ‘신(新)’이 선정됐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경(炅’과 ‘난(亂)’, 올해는 ‘집 방(房)’과 ‘희망 판(盼)’이 각각 선정됐다.
미국은 인터넷 단문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가 가장 많이 쓰인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트위터는 6월 이란 테헤란의 반정부 시위 양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타전하면서 이름값을 얻었다.
영어사전의 ‘경전’인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을 편찬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는 올해의 단어로 언프랜드(unfriend· 친구 삭제)를 꼽았다. 언프렌드는 인터넷 인맥 연결 사이트에서 친구 관계를 중단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교수신문이 올해 전국 각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받아 선정한 ‘방기곡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등 굵직한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대다수 국민의 동의 등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한 행태를 비판한 사자성어다. 2009년 12월 31일인 데도 실정은 여전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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