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겨울답게 넘어간다. 어제 새벽은 수도권에서 겨울들어 가장 낮은 -15℃까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역시 절기 중에 제일 춥다는 소한의 맹위인 것이다. 눈 폭탄이 내렸던 것도 소한의 영향이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했다. 어제가 소한이었던 이번 주가 지나면 겨울 추위도 고비를 넘긴다. 오는 20일이 대한이지만 소한 같진 않을 것이다.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갔다가 추워서 도망쳐 나왔다’는 옛말이 있다.
이번에 내린 눈은 생활에 큰 불편을 주어 ‘폭설’이란 악명을 얻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눈답게 많이 내린 눈이다. 온 누릴 하얗게 뒤덮은 야외 설경은 가히 장관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봄에 보리농사가 풍년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보리를 갈지 않아 풍년을 기대할 보리밭이 없다.
눈이 와도 예전과 달리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그저 집안에 박혀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한다. 대자연속에서 추위와 맞서 놀이를 즐겼던 예전 아이들과는 다르다. 이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덩치만 클뿐 힘은 약하다는 말을 듣는다.
설경은 장관이어도 눈도 옛날 눈이 아니다. 눈을 한 옹큼 쥐어 들여다 보면 잡티 투성이다.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을 입에 쑤셔대 먹곤했던 그런 눈이 아니다. 지금 내리는 눈은 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대기권에서 오염됐기 때문이다. 우린 이런 공기속에서 숨쉬고 있다. 인간이 일으킨 재앙이다.
인간은 변덕쟁이다. 겨울이 춥지않을 것 같으면 ‘이상난동’이라고 야단이고, 겨울이 추울 것 같으면 ‘춥다’고 또 호들갑을 떤다. 걱정되는 것은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겐 일거리를 공치는 이 겨울의 고비가 너무 길다. 겨울엔 또 생활비가 더 든다.
겨울이 추운 것은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낮은 기온도 기온이지만, 사정없이 몰아치는 삭풍이 더 스산하게 한다. 겨울은 이래서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긴 하나, 더 춥고 덜 추운 게 마음에 달렸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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