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나라는 정치 사상적인 면에선 말할 것 없고 군사적인 면에서도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인민생활에서는 걸린 것이 적지않다. 지난날 수령님께서는 늘 우리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여야 한다고 하셨는 데 우리는 아직 수령님의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최단기간 안에 인민 생활 문제를 풀어 우리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하는 것에 대한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 이상은 로동신문이 9일자 신문에서 ‘눈보다 사나운 강행군 길에서 우리 장군님의 하신 말씀’이라며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느 현지지도 시찰길에서 한 말을 인용 보도한 것 같다.
‘흰쌀밥에 고깃국’이란 말을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김일성 주석 생전엔 해마다 들었었다. ‘이밥’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북녘 인민은 아직도 식량난에 허덕인다. 비단옷은 고사하고 넝마 같은 옷을 입는다. 지난달 21일 북쪽 선원 7명이 탄 배가 서해를 표류하다 구조되어 23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된 선원중엔 바지 엉덩이가 다 헤져 속옷이 비치기도 했다. 북녘에는 7월8일생이 없다. 김일성 수령이 작고한 7월8일을 생일이라고 감히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이전에 낳은 인민의 7월8일생은 18일이나 28일로 고치고, 사망 이후의 7월8일생 또한 부모들이 출생일을 바꿔 신고하고 있다.
북녘 동포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개혁 개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중국의 개혁 개방 모델을 직접 가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개혁 개방을 못하는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다. 나라안으로 개혁하고, 나라 밖으로 개방하면 주체사상의 유일주의가 위협받아 결국은 권력 세습이 붕괴된다. 이래서 고집하는 것이 우리식 사회주의다.
북쪽 인민들은 지난 1월8일이 갑자기 휴일로 지정돼 쉬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 장군님’의 생일이 1월8일인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스물여덟살이다. 평양정권은 공식 명절로 지정하진 않았으나, 김정은을 후계자로 옹립할 움직임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북녘 동포들이 제발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되면 좋겠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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