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은어

‘솔까말(로) 안습(인데) 안물(다)’ 낱말 틈에 괄호를 넣어 참고토록 했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대들 사이에는 통한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눈물이 나는데 안물었다’는 말이다.

 

10대들의 언어가 은어로 정체불명의 낱말이 자꾸 생긴다.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흠좀무’(흠, 그건 좀 무서워) 등이다. 심지어는 부호문자도 있다. ‘ㄷㅊ’(닥쳐) 등이다.

 

이런 은어는 거의가 비속어인 데 문제가 있다. 욕말도 있다. 비속어나 욕말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10대 사회다. 물론 친구간에 사이가 나빠서 비속어나 욕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친한 친구끼리도 쓴다. 말씨 습관을 해쳐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은어의 낱말은 거의가 줄임말이다. 원인은 인터넷 채팅도 그렇지만 더욱 큰 것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다. 지극히 제한된 핸드폰 화면에 되도록이면 많은 말을 송신하려다보니 낱말의 줄임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ㅈ랄’(지랄) 등은 줄임말의 줄임말이다. 이 바람에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문자 메시지 교환을 적발한 선생님이 핸드폰에 찍힌 메시지를 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이 번역을 해줘야 비로소 알 수 있을 정도다.

 

따지자면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낱말이 많이 쓰이긴 한다. 시대적 생활환경의 변화가 그토록 발 빠르기 때문이다. 10대들의 은어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하긴 해도, 말의 정체성을 해치는 은어가 사회 공용의 언어가 될 수는 없다.

 

10대 사회의 은어가 걱정스럽긴 해도 좋게 타일러야지 나무랄 일은 아니다. 10대들을 탓하기 보다는 기성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 은어를 조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이 양산해내는 저속어다. 텔레비전에서 듣는 저속어에서 힌트를 얻는 은어가 적잖다는 게 10대들의 말이다.

 

기성사회의 언어순화운동과 함께 학교에서의 언어정서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말은 좋은 맘씨에서 비롯되고, 거친 말은 거친 맘씨에서 비롯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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