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주의 나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법무부가 2012년까지 인천 영종도에 국내 첫 난민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난민들에 대한 대책이 너무 미흡했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2천410명의 외국인으로부터 난민신청을 받았다. 이들 중 현재 145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 인정률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부끄러운 6%에 불과하다. 난민 신청자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해 외국인의 인권을 경시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난민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난민지원센터는 2012년 말 문을 연다.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내에 들어 설 난민지원센터는 연면적 6천600㎡ 규모로 본관·교육관·생활관 등 3개 시설로 구성된다. 난민 인정 신청을 한 사람에게는 숙식 및 의료 서비스를,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에겐 한국어 교육, 취업 상담, 사회적응 훈련, 정착 지원, 의료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무적인 것은 인권침해 논란을 없애기 위해 폐쇄형 수용시설 대신 출입이 자유로운 개방형 시설로 조성되는 점이다. 난민 신청 후 심사 결정까진 1년 이상이 걸리지만 그동안에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은 없고, 난민 인정을 받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 하지만 난민지원센터가 개설되면 어려움이 많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용인원을 150~200명으로 적게 예정한 점이다. 난민신청자가 2천410명인 데 비하여 수용인원을 너무 소수로 잡았다.

 

우려되는 일이 또 있다. 법무부는 당초 난민지원센터를 파주시에 설립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파주시의회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은 유감이다.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내에 짓는 걸로 계획을 바꿔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부라도 반대론이 나온다면 낭패다. 난민의 보금자리를 처음으로 정부기관단지에 마련할 계획이라면 설계 전 건물 확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난민과 망명자를 많이 받아 들이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인권주의 나라다. 국가 위상도 높아진다. 난민지원센터의 건물 확장과 획기적인 운영계획을 기대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