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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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로 작심하고 대드는 사람은 당하기 어렵다. 자살폭탄이 이런 경우다. 자신은 살면서 상대를 해치는 공격엔 주저함이 있지만, 자신이 죽을 각오로 상대를 공격하는 덴 망설임이 없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탈레반 자살폭탄은 거의가 10대 청소년들이다. ‘지상의 삶은 낭비다. 자살폭탄 공격으로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것은 탈레반의 자살폭탄 청소년들 교육 내용이다.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이 전한 한 자살폭탄 훈련기지에는 예쁜 처녀들이 우유와 꿀이 흐르는 강물에서 노니는 벽화와 함께 ‘너희들이 희생하면 보답으로 저런 천국이 기다린다’는 글귀가 쓰여졌다.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에 있는 이 탈레반 기지는 최근 파키스탄 정부군이 탈환했던 것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가난 등으로 절망에 빠진 청소년들을 자살폭탄으로 꾀어 외부와 단절된 세계에서 잘 먹이며 거듭된 감언이설의 세뇌교육은 10대들로 하여금 영웅심으로 들뜨게 한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자살폭탄의 연유가 이에 있다.

 

이 바람에 미국이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항공기 테러에 신경이 예민해 알몸 투시기가 없는 미국행 공항에서는 탑승객 전원에게 손으로 하는 보안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한 보도사진은 슬로바니아의 류블랴나브리닉 국제공항에서 남성 검색요원이 여성 승객의 가슴 속까지 수색하는 장면을 전했다.

 

그런데 자살폭탄의 원조는 일본이다. 제2차대전 막바지 때 소년병들로 구성된 ‘가미가제’(神風)가 바로 자살폭탄이었던 것이다. 출격하면서 그들 천황의 어사주를 받은 소년병들이 폭탄을 가득히 실은 경비행기를 몰고 오끼나와 해역의 미군 군함에 투신,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었다. 군함에 충돌해도 큰불만 나고 침몰하는 비율은 낮았으나, 미해군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전쟁과 테러는 다르긴 해도 어떻든 자살폭탄의 원조는 일본의 ‘가미가제’다. 일본은 탈레반의 보복 대상은 아니어도 탈레반의 미국 공격에 덩달아 피해를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자살폭탄의 원조가 자살폭탄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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