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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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환공이 술취해 그만 관을 잃었다. 이를 부끄럽게 여겨 사흘동안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관중이 “덕을 베푸는 정치로 어찌 잘못을 씻지 않습니까”하고 건의했다. 가난한 백성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에 갇힌 죄수를 풀어주는 등 선심을 썼다. 그런지 사흘만에 “임금이시어! 어찌 관을 다시 잃어버리시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저잣거리에 나돌았다. ‘한비자·난이편’에 나온다.

 

한비자는 관중은 임금을 잘못 보필한 소인배로 질타했다. ‘대저 창고를 열어 가난한 사람에게 곡식을 나눠준 것은 공 없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옥에 갇힌 수인을 풀어준 것은 죄과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니 어찌 공평하다고 하겠는가, 이런 불공평은 요행이므로 백성들로 하여금 임금님이 또 관을 잃어버릴 것을 바라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비자 상벌론은 또 이렇게 말한다. 상과 벌은 있어야 하는 것이나 상을 받기위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을 하고도 상을 받지 못할 때 불평 불만을 일삼게 되고, 벌 받기가 두려워 나쁜 짓을 안 하면 이 또한 나쁜 짓을 하고도 벌 받지않는 사람이 있을 때 불평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면서 상을 받지 않아도 좋은 일을 하고, 벌을 받지 않아도 나쁜 짓을 안 하는 조정이 되야한다’고 설파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부패방지 대책으로 공무원 비리 제보자에게 최고 1억원까지 준다는 거액 포상금을 내걸었다. 얼마전 수천만원대의 장학사직 뒷거래가 하이힐 폭행사건으로 드러나고 나서 나온 부패방지 강화책이다. 그러니까 부패는 막을 재간이 없으므로 적발에 힘쓰겠다는 것인데, 이건 방지책이 아니라 적발책이다.

 

비리 적발도 그렇다. 자체적 기능으로 적발하기 보다 포상금을 탐내는 제보에 의존하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그나저나 온갖 투서가 난무할 것이다. 비리 제보도 있겠지만 음해가 심할 것은 뻔한 일이다. 포상금 또한 국민의 세부담이다.

 

한비자가 이를 본다면 비리공무원은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이나 비리 제보자나 모두 소인배들로 규탄할 것이다. 공무원 부패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걱정이다. 어찌 서울시교육청만이겠는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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