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과목

현행 사법시험, 행정고시 전엔 1963년에 폐지된 고등고시(高等考試)가 있었다. 고등고시는 사법과와 행정과로 나뉘었다. 행정과는 또 1부(일반행정)·2부(세무행정)·3부(외무행정)·4부(교육행정)가 있었다. 한 해에 배출하는 합격자가 사법과는 5~6명, 행정과는 10여명에 불과했다. 물론 지금보다 응시자 수가 적긴 했지만 사법시험의 경우, 근래 천명씩 합격시키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같은 합격률이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국사가 필수과목이었던 점이다. 사법과, 행정과 모두 본시험의 필수과목에 국사가 들어 있었다. 고인이 된 이병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국사대관’은 고시생들의 필독서였다. 그 분은 고등고시 출제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국사과목이 이 같은 국가고시에서 사라진 것은 고등고시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로 바뀌면서였다.

 

그런데 국사과목이 국가고시에서 부활한다는 소식이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응시생은 먼저 한국사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공무원 임용시험령’ 개정안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2012년부터 시행을 본다.

 

이에 의하면 수험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해, 2급 이상의 인증을 받아야 행정고시나 외무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에 비하면 국사를 본고사 과목으로 치르지 않고 본고사 응시자격 시험으로 치르는 것이 다르지만, 국사가 필수과목이 된 점은 같다. 이에 따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연간 3~4회 시행하게 된다.

 

국가고시에 한국사를 중요시하는 이유로 행정안전부 측은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은 올바른 역사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우리의 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도덕적 의무다. 하물며 고급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사에 무지해서는 도리에 합당하다 할 수 없다. 애초에 고등고시 폐지 이후 국가고시에 국사과목을 누락시켰던 것이 잘못이다.

 

사법시험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코스에서 빠졌다. 로스쿨 졸업생 때문이겠지만 이도 포함시켜야 한다. 전문적 법조인이 되기 이전에 국민 소양의 필수 과목인 것이 국사다. 내친김에 모든 각종 국사고시에 국사를 포함시키면 좋겠다. 이울러 대입수능시험에도 국사의 비중을 높이는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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