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 선물 없어요'…노인복지시설 기부 '뚝'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서민 생활 어려워지고 아이티에 온정의 손길 몰려

경기침체와 서민경제 불황으로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노인들을 찾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노인들은 창밖을 바라보며 사람의 발길을 그리워하고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의 모 양로원 사무실. 지난해 명절 무렵 명절이 낀 주중에 가득했던 손님 방문 기록판이 휑하니 비어 있다. 명절 전이면 개인과 단체 등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들고 오던 명절 선물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무렵 10여 건에 이르던 명절선물이 이번 설에는 2건에 그쳤다.

 

양로원 원장은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맘때쯤이면 명절선물을 가지고 오던 기업과 단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표현은 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이 내심 섭섭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지었다.

 

노인들은 창가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손님이 오나 기다려 보지만 오지 않는 손님에 허탈한 마음만 더 커진다.

 

이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신 금난(76) 할머니는 "양로원 마당에 차라도 들어오면 트렁크에서 뭘 꺼내나 하고 유심히 보게 된다"며 "그래도 명절때면 사람들이 오곤 했는데 유독 이번 설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하구에 있는 모 노인요양원은 지난겨울 동안 아껴뒀던 연료비를 설 떡을 준비하는데 썼다. 지난해 추석 때는 모 기업에서 떡을 보내왔지만 올해는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사하구의 특성상 지난해엔 기업체 15곳에서 명절선물이 밀려들었지만 올해는 4곳의 기업체에서만 선물을 보내왔다.

 

부산에 있는 다른 노인시설들도 사정은 비슷해 간간이 이어져 오던 개인과 기업의 설 선물이 끊겨버린 곳까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지진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온정의 손길이 몰리면서 시설 노인들의 올해 설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외로운 명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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