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파트가 매매가 회복 더딘 이유

서울 대부분지역 금융위기 전고점 회복…비싼 아파트 몰려있는 강남권만 주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매매가가 큰 폭으로 내려간 부동산 시장. 지난해 초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이다.

 

지난 2007년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해본 결과, 강남권 아파트는 서초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가격 평균이 최저점에서 평균 1백만원(3.3㎡ 기준) 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성동구와 은평구 등 14개 지역은 전고점을 회복한 것은 물론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고점에 미치지 못한 다른 지역도 100%에 가까운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강남권은 재건축 시장이 '나홀로' 상승세를 타면서 아파트값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고점 대비 최고 100만원(3.3㎡) 가량 가격이 낮은 상태다.

 

강남구의 경우 전고점은 2007년 1월로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3천 5백22만원이었다. 강남구는 금융위기 직후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2008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에만 2백만원(3.3㎡당) 넘게 하락했다. 전고점과 대비하면 무려 4백만원 가량 하락한 셈이다.

 

하락폭을 이끈 것은 도곡렉슬과 타워팰리스 등 강남구 중대형평형들로 당시 급매물을 기준으로 30~40%까지 가격이 내려갔었다. 현재 평균 매매가는 3천4백10만원으로 고점대비 96.8%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전고점과 대비했을 때 3.3㎡당 1백12만원씩 모자라다.

 

강남구와 전고점 시기가 같은 송파구의 경우 3.3㎡당 가격이 2천5백81만원이었다가 금융위기 이후 2천2백43만원까지 하락했다. 최근 잠실리센츠, 레이크팰리스 등 잠실 일대 새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면서 고점을 회복해가고 있지만 기존 단지들은 여전히 전고점 대비 5천만~3억원 가량 낮다.

 

강남권 외에는 고가아파트가 몰려있는 양천구가 사정이 비슷하다. 전고점이 지난 2007년 1월인 양천구는 당시 3.3㎡당 2천1백99만원이었던 매매가가 금융위기 이후 1천8백78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격 회복세를 보이며 평균 매매가격은 2천57만원(3.3㎡당)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고점 대비 회복률은 93.52%에 불과해 회복속도가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싼 아파트가 회복에 더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금융위기 당시 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강북권은 실수요자가 꾸준한 중소형평형이 주로 몰려 있는데 반해 강남에는 외부 자극에 민감한 대형평형이 많았던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강남 이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매매가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반짝 오름세를 보인 뒤 다시 정체기인 만큼 전고점 회복은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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