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줄줄이 무너지나

미분양 증가·대출상환 압박 등 자금난… 중견업체들 위기 심화

"중견건설사 10여곳이 '오늘내일'하는 위기상황입니다. 부도 얘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돕니다."

 

지난 11일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건설업계 위기상황을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과장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금기시되는 '부도'라는 말까지 쓸 정도로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쌓여가는 미분양 '어찌 하오리까'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지표가 회복되고 있지만 유독 건설업계만 냉랭하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주택 부문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2만3297가구로 이 가운데 '악성물량'인 준공후 미분양은 5만 가구나 된다.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중견건설업체들이 하나둘씩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고 있다.

 

중견건설업체인 A사는 7개월째 직원월급마저 주지 못하고 있고 B사는 협력업체에 만기 90일짜리 어음 대신 120일짜리로 끊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C사는 금융권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올라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근근히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올해 만기 PF대출만 44조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상환이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의 PF 연체율이 지난 2006년 2.6%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5.9%로 급상승했다.

 

특히 전체 PF 83조원 가운데 44조원이 만기가 올해이다.

 

PF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권에도 위기가 번질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공공공사라도 따자...덤핑수주 치열

 

이처럼 주택부문이 침체되자 중견건설업체들은 '4대강 사업'등 공공공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공공공사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데다 경쟁도 치열해 저가낙찰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중견업체들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주택사업 대신 토목 등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4대강 사업 2차 입찰의 덤핑 경쟁도 이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리면서 올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건설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게 다행"이라며 "아마 올해는 '제발 워크아웃하게 해달라'는 건설사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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