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올림픽 스키점프 2관왕 등극
"시몬 암만은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가졌다. 암만은 도약대에서 점프할 때 타이밍과 자세가 항상 일치한다. 야구 배트에 정확히 맞으면 큰 힘을 안들여도 홈런이 나온다. 암만은 공이 올 때마다 홈런을 치는 셈이다." 오노 마나부(전 일본 스키점프 대표팀 감독)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키점프 2관왕 시몬 암만(28, 스위스)의 별명은 '날아다니는 해리포터'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을 닮은 외모 탓도 있지만 '마법'같은 비거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암만은 지난 14일 스키점프 노멀힐(K-95) 최종결선에서 108m를 날아 금메달을 딴데 이어 21일 라지힐(K-125) 결선에선 144m를 비상해 2관왕에 등극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스키점프 개인종목 4관왕이 나온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노멀힐과 라지힐 금메달리스트다.
암만이 더욱 대단한 건, '스키점프는 장신선수가 유리하다'는 통념을 깼기 때문이다. 스키점프 정상급 선수는 대부분 180cm가 넘지만 그는 172cm, 58kg으로 왜소하다. 특히 규정상 스키 길이는 선수 신장의 146%를 넘지 못한다. 스키는 공중에 떠있을 때 날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신선수는 장신선수보다 짧은 날개로 비상해야 하는 핸디캡이 있다.
그렇다면 암만이 작은 체구와 짧은 스키로 더 멀리 나는 비결은 뭘까. NHK 다큐(Miracle Body 2-스키점프)는 초고속카메라 촬영을 통해 암만의 비거리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냈다.
일단 암만은 점프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높이 점프하려면 도약대 끝부분에 섰을 때 본인이 가장 큰 힘을 쏟을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관건. 놀랍게도 그는 도약하는 순간 엉덩이와 발꿈치가 바닥과 항상 일직선을 이룬다. 점프 타이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것이다.
두 번째는 탁월한 균형감각 덕분이다. NHK 다큐팀의 균형감각 실험에 의하면 임만은 한쪽 또는 양발로 섰을 때 앞뒤좌우로 흔들리는 일반인과 달리 앞뒤로만 흔들린다. 덕분에 스키가 도약대에 있는 두 개의 홈을 통과할 때 마찰을 최소화해 최고속도를 유지한다.
또 점프할 때 무게중심 변화가 없어서 도약하자 마자 안정적인 비행자세를 확보한다. 실제 암만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점프 후 곧장 팔을 정위치에 놓고, 스키를 나란히 정렬한다. 특히 체구가 작은 그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비행 중 속도가 착지 전 120km까지 상승한다. 자세가 곧으면 속도 손실이 적고, 속도가 빠르면 더 멀리 날 수 있다.
세 번째는 바람을 지배하는 능력을 들 수 있다. 스키점프는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빠른 속도로 날다보면 바람으로 비거리가 감소하거나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그러나 암만은 공중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풍향에 맞춰 효율적으로 자세를 바꾼다. 특히 옆바람이 불면 균형을 잡기 힘든데, 암만의 스키 밑면은 위로 들리지 않고 지면과 늘 수평을 이룬다.
이는 나는 동안 근육을 잘 쓰면서 바람에 효과적으로 저항한 덕분이다. 실제 암만은 가냘픈 몸매지만 복근,등,종아리 등 스키점프에 중요한 근육이 골고루 발달했고, 비거리 향상에 방해가 되는 군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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