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 1시 전 국민의 관심은 ‘피겨퀸 김연아’ 선수에게 쏠렸다.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퍼시픽콜로세움에서 연기를 펼친 2분48초 동안 가정과 직장, 식당, 버스터미널, 철도역 대합실, 달리는 버스·택시 안에서도 TV와 라디오 중계에 눈과 귀를 모았다. 기술점수 44.70에 예술점수 33.80을 합쳐 총점 78.50, 역대 최고점으로 1위에 오른 김연아의 연기는 세계가 인정한 ‘빙상예술’이었다. 1984년 사라에보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미국 NBC 해설을 맡은 스캇 해밀턴의 말 그대로 “김연아의 프로그램이 아시다 마오의 것보다 훨씬 대단”하였다. AP통신은 “진짜 본드걸처럼, 김연아가 라이벌을 쓰러뜨렸다. 그보다 잘해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본드 걸 김연아가 경쟁자들을 물리쳤다”(AFP통신), “한국의 국민적 영웅인 김연아가 매력적인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월스트리트저널), “정신적 압박감은 김연아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뉴욕타임스)고 외국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황을 중계한 일본 NHK도 “아사다가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고 흥분하다가 김연아가 경기를 마치자 “역시 김연아”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연아의 간결한 점프 준비 동작과 우아한 팔동작, 풍부한 표정, 창의적인 연결동작은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었다.
전세계를 매료시킨 김연아의 진가는 오늘 더욱 빛을 발한다. 프리스케이팅은 4분10초 동안 12가지 과제를 연기한다. 점프 3번의 쇼트프로그램보다 4번이 추가돼 초반 점프 성공이 승부를 좌우한다. 24명이 연기를 펼치는 프리스케이팅은 조별로 6명씩 4조로 꾸며진다. 쇼트프로그램 1~6위는 마지막 4조에서 함께 연기한다. 김연아는 4조 3번째 연기자가 됐다. 2위 아사다 마오는 쇼트프로그램과 반대로 김연아의 바로 뒤에서 연기한다. 아사다 마오가 조금 신경에 걸리지만 오늘 김연아는 더도, 덜도 말고 쇼트에서처럼만 기량을 발휘하면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제패는 아무 걱정이 없다. ‘피겨퀸’이 ‘올림픽 퀸’이 된다. SBS 여성 해설위원이 중계 방송을 하면서 “(김연아 선수가) 예뻐 죽겠다”를 연발했다. 빙상의 꽃으로 향기로운 김연아, 정말 아름답다. 김연아의 예쁜 목에 걸린 금메달이 보인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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