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25일부터 사원들 월급을 본인에게 직접 월급봉투로 쥐어주는 사장님이 있다. 전체 사원이 40여명인 화성시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다.
이 기업체도 지난해까지는 사원들 월급을 은행 계좌로 입금시켰던 것을 올 들어 월급봉투로 바꿨다. 하긴, 은행 이용이 대중화하면서 직장마다 계좌 입금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월급날이면 기다려지곤 했던 것이 월급봉투였다.
월급봉투가 계좌 입금으로 바뀐 것을 가장 환영한 것은 주부들이다. 남편들이 월급봉투를 제멋대로 축내는 ‘삥땅’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듯한 한달 살림살이 가계를 망가뜨리는 것이 월급봉투 삥땅이었다. 계좌 입금이 되고 나서는 남편들이 아내에게 용돈을 타써야 하므로 주부들 지위 또한 향상됐다.
그러나 월급봉투의 좋은 점도 있다. 남편이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안겨주면서 “적지만 살림을 잘 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수고가 많았다”고 위로하기도 하는 것이 월급봉투를 가운데 두고 나누는 부부의 대화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월급봉투를 건네면 “저렇게 벌어서 우릴 키우는구나!”하는 심성교육의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 월급봉투를 타면 평소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것이나, 아이들이 갖고 싶어 했던 것을 사서 싸들고 집에 일찍 가곤 했던 게 가장의 멋스러움이었다. 전엔 주부들이 남편의 월급봉투를 버리지 않고 다 모았다.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내도 돈을 벌지만, 아무래도 가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남편벌이의 몫이다.
한마디로 월급봉투에서는 사람의 냄새가 풍긴다. 물론 계좌 입금도 월급의 노고를 인정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계적이다 보니 사람 냄새가 덜 난다. 그렇다고 월급봉투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앞서 말한 ‘월급봉투 사장’의 생각이 특이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 사장님은 월급봉투를 사원들에게 일일이 주면서 “수고했다!”며 “축내지 말고 집에 가져가라”고 당부한다고 한다. 사원들의 반응 또한 “월급봉투를 손에 쥐다보니까 노력의 대가를 실감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사람 냄새가 그리운 시대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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