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인간관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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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비내편(備內篇)을 인용한다. ‘임금으로 되어 아들7을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들은 그 아들을 업고서 사사로운 욕망을 이루려 한다. 그러므로 이태(李兌)가 조(趙)나라 왕에게 붙어서 임금의 아버지 주보를 굶어죽게 하였던 것이다. 임금으로 되어 그 처를 너무 신임하게 되면 간신들은 그 처를 업고서 사사로운 야망을 이루려 한다. 그러므로 광대이던 시(施)가 여희(麗姬)에 붙어서 신생(申生)을 죽이고 해제를 임금으로 세웠던 것이다.’

 

‘대저 처처럼 가깝고 아들처럼 친밀한 사이도 오히려 믿을 수 없거늘 그 나머지야 어찌 온전히 믿을 수 있으랴, (중략) 대저 처란 골육의 인정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랑하면 친근해지고 사랑하지 않으면 소원해진다. 세간의 말에 이르기를 그 어미가 좋으면 그 자식도 좋아 안겨진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그 어미가 싫으면 그 자식도 싫어 버려진다는 것이 된다. (중략)

 

그러므로 도좌춘추(桃左春秋)에서 말하기를 임금이 질병으로 죽는 것은 절반도 못 된다고 하였으니, 임금으로서 이것을 알지 못하면 우환의 염려가 많아진다. 그러므로 또 말하기를 임금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으면 그 임금은 위태하다 할 것이다’

 

위의 비내편 뜻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자 같은 맹수도 자기 몸에서 생기는 해충 때문에 죽고, 절대권을 가진 임금도 안에서 해치는 자들에 의해 붕괴되므로 안에서 일어나는 침해에 대비하라는 경구인 것이다.

 

신하들은 물론이고 처자까지도 믿을 수 없다고 본 한비자의 인간관은 편협성이 좀 심하긴 하나, 임금자릴 두고 부자의 골육상쟁이 없지 않았던 동서의 고사를 상고하면 나눠 가질 수 없는 권력 앞엔 비정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권력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 정권이나 집권당 역시 내부에 의해서 쇠퇴하거나 와해될 수 있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어찌 정권이나 집권당뿐이겠는가, 야당도 마찬가지고 지역사회 지도층의 리더십 쟁탈전 또한 다름이 없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여야의 잡음이 무성하고 후보군의 이합집산이 무상하다. 지방선거가 변절과 배신의 계절인 것을 보면,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설파한 한비자의 인간관이 떠오른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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