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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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 속세에서 무소유의 개념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러면서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머리가 숙여지는 것은 그 분 자신이 그렇게 행한 달관된 삶 때문이다. 속가를 떠난 수행의 몸이긴 하지만, 무소유의 행함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약 1년 전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더니, 며칠 전엔 법정 스님이 열반했다. 이 분들의 말이 우리들 가슴에 와닿는 것은 언행이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사랑하세요” “용서하세요”는 우리가 늘 하는 소리지만, 사람들 심경을 울리지 못하는 것은 행함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김수환 추기경의 말은 몸소 그렇게 산 분의 말이어서 새삼 의미있게 들리는 것이다.

 

지난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식이 봉행된 법정 스님은 그의 유언대로 검소하게 갔다. 영결식의 소유도 마다한 채 평소 입었던 가사만 입고 훌훌 떠났다. 중생에 남긴 무소유의 일깨움만이 그 분의 것이랄까, 관도 마다고 했다. 고승의 달관을 어찌 속인이 흉내낼 수 있을까만은 욕심이 화를 불러 행복을 해치는 것이 중생이다. 분별을 가릴 줄 아는 혜안이 무소유의 경지일 것이다.

 

길상사는 서울 성북동 삼각산 자락에 있는 절이다. 전엔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 집이었다. ‘요정정치’가 한창이던 시절 밤의 정치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대원각 주인이 송광사에 시주하여 1995년 6월13일 길상사로 거듭났다. 장애인·결식아동·해외어린이·탈북자 돕기 등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다. 법정 스님이 이 곳 길상사 회주로 1997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머물렀다. 오는 21일 법정 스님 추모법회가 길상사에서 열린다.

 

청담 스님이 가고, 성철 스님이 가고, 이젠 법정 스님마저 갔다. 큰 스님들의 입적이 허전한 것은 이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떠나는 길이긴 하나, 아쉬움이 너무 크다.

 

이승을 떠나는 길이 화려한 수의에 값비싼 관속에서 가는 것이나, 입은채 그대로 가는 것이나, 구별이 부질없는 허욕임을 그 분은 보여줬다. 역시 중생에 대한 무소유의 계시였을 것이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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