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불안케 한 부산 김길태 사건이 해묵은 도내 미제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2008년 9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여중생 강간 살인사건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은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후에야 범인을 잡았다. 그러나 의정부 사건은 그 같은 질책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답보상태다.
사건 당시 14세이던 A양은 가슴을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은 처음 단순 살인사건으로 판단했으나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초동수사부터 잘못 짚었다. 다만 경찰은 A양 집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를 발견, 유전자(DNA) 추출에 성공했으나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동일 전과자 리스트에서 이 유전자와 맞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언제나 그렇듯이 강력사건이 터지면 수사본부를 차려 몇 주간은 전 수사력을 동원한다. 그러다 진전이 없으면 수사력을 슬그머니 다른 사건에 투입하고 단지 간헐적으로 보고서만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수사로 그치곤 하여 사건이 더욱 미궁에 빠진다. 의정부 사건 역시 그랬다. 강도 피의자 등 700여명을 상대로 유전자를 대조했으나 아무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사건 50여일 만에 수사본부를 해체, 장기 수사체제로 전환했다.
범인 체포는 형사사법 정의의 관점에서 기필코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의정부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 같은 범인 체포는 추가 범행이나 또는 모방범죄를 막는 의미에서도 꼭 필요하다. 잠재범 또는 우범자들에게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체포돼 처벌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방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폭력 사건은 2005년 1만3천446건에서 지난해 1만8천351건으로 5년새 27%나 증가했다. 작년의 경우 미해결 사건이 1천48건이나 됐고, 이 중 833건은 범인의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며, 200여명은 신원이 파악된 후에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우범자들은 경찰이 강력범을 과학수사로 신속히 잡아내지 못하면 수사력을 얕잡아 보고 제2의 범행을 쉽게 저지르게 된다. 의정부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의 범인 검거에 경찰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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