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992년 제47차 총회에서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한 것은 먹는 물 공급과 수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국제사회가 물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독려하려는 취지다.
세계인구는 1940년 23억명에서 1990년 53억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83억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엔은 지금처럼 물 사용이 늘어나고 소비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025년에는 25억명가량이 물 부족으로 생사가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한다.
1995년부터 물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정한 우리나라는 당장 물사정이 심각한 ‘물 부족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분류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물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릴 날이 오게 된다는 경고다.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은 하루 2ℓ가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물을 어느 정도나 사용하는지, 그리고 한 종지의 먹을 물도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빈국 주민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전 세계 물 문제는 공급량 부족뿐 아니라 수질 오염으로 먹는 물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세계화장실협회(WTA)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180만명이 설사병 등으로 목숨을 잃고 이 중 90%는 5세 이하 영·유아라고 한다. 수질 문제로 인한 고민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한강·낙동강 등의 수질이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질오염 방제센터를 만들고, 수질오염 총량제 등 갖가지 대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풀렸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수질 오염 문제가 불거질 때면 각종 대책을 마련하며 부산을 떨다가 조금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대처한다.
물은 곧 인간과 자연의 생명이다. 물이 병들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정치권,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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