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의 '한풀이', 이제부터 시작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을 지켜본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속이 많이 아팠다"며 진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K리그, 컵대회, FA컵 등에서 이미 우승트로피를 챙긴 차 감독이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왔다. 차 감독은 수원 지휘봉을 잡은 이래 두 차례 출전한 챔피언스리그에서 2005년에는 조별리그 탈락, 그리고 지난해에는 8강 진출 좌절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지난해, "개인적인 것을 떠나 한국 축구의 명예가 걸린 대회인 만큼 잘하고 싶었고 욕심도 있었다"며 실패를 뼈아파했던 차 감독이다.

 

차 감독이 31일 2010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지만 4차전이었던 허난 전예와의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3승1무(승점10점)로 조 1위를 기록,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최소 조 2위를 확정하며 16강행에 쐐기를 박았다.

 

16강행이 확정됐지만 차 감독은 다음달 13일 원정경기로 치르는 감바 오사카(2승2무, 조 2위)와의 조별리그 5차전에서 총력전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5차전에서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승리할 경우 수원은 사실상 조 1위를 확정하게 된다.

 

정규리그를 병행하는,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이미 16강이 확정된 조별리그에 '올인'하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차 감독은 단호했다. 이유는 조 1위를 확정해 16강전을 홈에서 치르기 위해서다.

"지난해에 조별리그 2위를 해서 16강을 어웨이 경기로 치러야 했다"며 지난해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16강전 패배의 한 이유를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밝힌 차 감독은 "조 1위를 해서 홈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1위로 16강에 가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8강 좌절 성적표가 '한'으로 남아있다는 차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정상 등극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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