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신고하는 고위 공직자 재산을 보면 괜히 화가 치민다”는 사람이 많다. 서민들은 1년에 단 천만원을 저축하기도 힘들다. 천만원은 고사하고 오백만원을 모으려해도 콩나물 반찬값을 깎아야 할 만큼 빠듯한 살림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은 어떻게 재산을 불리는지 해마다 늘린다. 늘려도 수천만원대가 아니다. 수억원은 약과고 수십억원을 늘리기도 한다. 물론 급여를 모으는 게 아니다. 지니고 있는 부동산 시세가 올랐다고도 하고, 주식이 대박 터졌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부동산 투기꾼이고, 주식 투기꾼인 것 같다. 고위 공직에 앉았으면 그 같은 투기가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재산 증식이 어찌 그 같은 방법 뿐이겠느냐는 것이 서민들이 갖는 의문의 시선이다.
오두미(五斗米)란 옛날 중국 관리의 월급이다. 한달 급여로 쌀 다섯말을 주었다. 진(晋)나라 사람으로 전원시인의 명성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도연명(陶淵明)이 마흔살이 넘어 벼슬길에 들어 겨우 고을의 현령이 됐다. 부임한지 얼마 안돼 상급 관청에서 오늘날의 감사관인 독우가 내려온다는 기별에 관원들이 현령에게 마중나가 현신하길 재촉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독우는 보잘 것 없는 고향 사람으로 돈을 주고 관직을 산 위인이었다. 도연명은 크게 탄식하며 “내 어찌 오두미 때문에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히겠느냐”면서 사직서를 내던졌다. 이때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시가 유명한 ‘귀거래사’다.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묵으려 하거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는 ‘귀거래사’의 첫 대목이다.
옛날 중국 관원의 월급은 비록 쌀 닷말이었지만 잘먹고 잘산 부호들이다. 딴 수입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도연명은 오두미밖에 몰라 현령 자리에 연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우리 고위 공직자 급여는 오두미에 비할 수 없이 많긴하나, 상상을 불허하는 재산증식은 서민 상식으로는 납득하기가 힘들다.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에 서민들 화가 치밀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일까?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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