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협약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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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구축은 오랜 현안이다. 서울지하철 4·5·6·7호선의 경기도 연장을 비롯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광명역 연장이나,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 순환선 연결 및 제3경인고속도로 구간 연장 등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등도 시급한 과제다. 수도권 규제 완화·한강지천 수질개선·수도권 관광협의회 구성·수도권 일자리 창출 공동협력 증진 역시 전부터 있어온 말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3개 광역단체장들이 이를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은 좀 생뚱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모두 오는 6월30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광역단체장들이다. 지금까지 뭘하고 있다가 임기 말에 중·장기 계획을 협약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들 또한 6·2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로 모두 한나라당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안상수 인천광역시장은 이미 공천이 확정됐고,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다른 당내 예비후보와 경합 중인 유력자다.

 

결국 이런 협약 내용을 유권자들이 기대할 것 같으면 선거에서 표를 찍어달라는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협약이라기보다는 공동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이 솔직하다.

 

수도권 광역행정 협의를 위한 법정기구로 ‘수도권행정협의회’가 있다. 이번 협약에 담은 내용들은 ‘협의회’에서 다룰 사안이다. 그런데 ‘협의회’ 운영이 사실상 형해화하여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그동안 ‘수도권행정협의회’ 한 번 제대로 갖지 않다가 갑자기 발표되는 ‘수도권 광역경제권 발전 협약’이란 게 듣기에 영 어색하다.

 

모든 일엔 수순이 있다. 예컨대 바둑에도 돌이 놓인 모양은 같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먼저 두어갔느냐에 따라 세력의 영향이나 돌의 사활이 달라진다. 수순의 이치는 바둑만이 아니다. 세상사가 다 마찬가지다. 빅3의 광역단체장 모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협약 체결은 급조된 감이 짙다. 내용은 좋지만, 시기나 방법 등에 수순이 틀려 얼마나 신뢰성을 얻을 것인지 의문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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