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현장소장의 권한 범위

건축 공사현장에서 시공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바로 ‘현장소장’이다. 사실 공사 현장에서 이뤄지는 하청계약, 인부의 고용과 노임 지급, 자재 구입 등 시공에 관련된 제반 업무는 통상 현장소장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건설 현장에서 많은 거래 행위가, 현장소장이 주체가 되거나 현장소장을 상대로 이뤄지지만, 현장소장이 시공사의 업무와 관련한 모든 일을 처리할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장소장의 법적인 권한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건설회사의 업무는 수주와 시공으로 크게 나눠진다. 그런데 현장소장은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서 공사의 ‘시공’에 관련한 업무만을 담당하는 자이다. 따라서 우리 대법원은 현장소장의 법적 지위를 회사로부터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 즉 ‘그 업무에 관한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자(상법 제15조)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소장의 통상적인 권한의 범위는 공사 자재와 노무관리, 하도급계약의 체결과 공사대금지급, 공사에 투입되는 중기 등의 임대차계약체결과 임대료의 지급 등 당해 공사 현장의 ‘시공’에 관한 행위에 한정된다. 즉 ‘시공’ 부분에 한하여, 현장소장의 거래행위에 대해 건설회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실무에서 자주 벌어지는 사건은 현장소장이 회사의 부담이 될 채무보증을 하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채무보증행위는 여기서 말하는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에 포함되는 것일까. 채무보증은 그 자체로 일단 ‘시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채무보증이 이루어진 제반 경위와 보증 내용에 비추어 그것이 당해 공사 현장의 ‘시공’에 관련된 행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 내의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고, 이 경우 회사는 ‘현장소장의 채무보증행위는 회사의 행위가 아니므로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우리 대법원은 ‘공사의 일부를 하청받은 업체가 그 하청받은 공사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기를 임차함에 있어, 현장소장이 하청업체의 중기임대인에 대한 중기대여료 지급채무를 보증한 사건’에 관해서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당시 장비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장비가 투입이 되지 않으면 공사에 큰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장소장이 채무보증을 하게 된 경위와, 회사가 본래 중기를 임차한 하도급업자에게 지급할 공사대금 중에서 중기 임대료 등에 해당하는 금액은 하도급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중기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였기에 회사로서는 그 보증행위로 인해 별다른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회사가 현장소장에게 위와 같은 보증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위임하였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사실 현장소장의 권한 범위는 명확하지는 않다. 따라서 회사나 그 상대방이 현장소장을 매개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입증방법이나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해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하겠다.  /김영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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