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복

6·2 지방선거를 보면서 민선의 위력을 여러 가지로 실감한다. 장·차관을 지낸 사람이 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얘긴 이미 했다. 새삼 생각하면 관선시절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장관을 시장으로 임명하면 좋게 그만두라고 하지, 사람 망신 주느냐며 펄펄 뛰었을 것이다.

 

민선의 힘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임수복 수원시장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을 지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도 관선시절이 아닌 민선시대에 했다.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해 공석이 된 바람에, 행정부지사로 도지사 권한대행을 한 것이다. 잔여 임기가 1년이 안 되는 11개월이어서 보선 없이 권한대행체제로 갔던 것이다. 이 11개월의 도지사 권한대행은 과거 6개월이나 8개월의 단명 관선 지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꽤 긴 기간이다.

 

벌써 12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경기도의 고위 행정관료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욱이 거듭된 조기 명퇴바람으로 10여년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도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나선 고위 관료출신이 많다. 예전 같으면 임수복 수원시장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상사였던 행정관료들이다.

 

민선의 힘은 바로 이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등한 예비후보인 것이다. 절대 복종의 관계에서 대등 경쟁의 관계로 달라진 건 같은 민선의 예비후보인 데 있다. 지방자치가 없고 민선이 없으면, 감히 생각도 못 할 일이 현실화한 연유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인 것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관료사회에선 엄두도 내지 못 할 대선배에게 도전하는 후배의 모습도 보기에 좋고, 후배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대선배의 열정 또한 보기가 좋다. 페어플레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민주주의는 부단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발전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역시 시련의 연속이 성장을 가져온다. 과거에 얽메이거나 시련을 두려워해선 밝은 내일이 있을 수 없다. 열심히 뛰어다니기를 주저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임수복 예비후보 또한 대단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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