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각급 예비후보자들 현수막 글귀가 요란하다. ‘잘사는 새로운 ○○○를 만들겠다’ ‘검증된 일꾼, 새바람 일으킨다’ ‘아무개와 새 세상을 만들자’는 요지 등 가지가지다.
“돈 안 드는 말이라고 제멋대로인 게 가관이군!” 이런 냉소 어린 말을 뱉은 것은 어느 행인이다. 아무리 선거 표어라지만 건방지다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네가 뭣인데 어떻게 잘살게 만들고, 누가 일꾼으로 검증해 무슨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뻥튀기가 심하다는 것이다. 제 따위가 뭣인데 새 세상을 만드느냐며 비꼬기도 한다.
말하자면 연수표 남발이다. 그도 부도수표가 뻔하다. 진실성을 보이는 예비후보 현수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그마한 공약일지라도, 실현성 있는 눈에 띈 공약을 내건 선거 현수막은 없다. 과장과 과시욕이 꽉 찬 현수막뿐이다.
그런데 서울대 총장 선거에 ‘비전보다 선심만 요란’이란 제목의 어느 신문기사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총장 입후보자가 세명인데 모두 연봉인상·처우개선·무이자 대출·휴양시설 확충·클린카드 제공 등 되지도 않을 사탕발림 공약만 내걸고 있다며, 정작 서울대 장기발전 논의는 외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 오는 5월3일 투표를 앞두고 가진 합동소견 발표장에 1천800여명의 전체 교수 가운데 50여명만 참석했다는 것이다.
최고의 지성이라 할 서울대 총장선거가 이 모양이라면 실망이다. 대한민국 선거는 선심만 난무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지방선거에서 판치는 ‘믿거나 말거나 선심’은 당연할지 몰라도 민심은 아니다.
분수를 모르는 선심공약은 거짓말이다. 유권자들은 안다. 거짓말 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줄 사람은 없다. 듣기 좋거나 그럴싸한 구호, 거창하고 현란하게 꾸민 현수막 치장에 넘어갈 유권자도 있지 않다. 대문짝보다 몇 배나 크게 만들어 내건 자신의 사진을 보고, 스스로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의 선거문화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동네선거이기도 한 지방선거부터 먼저 변화가 있어야 된다. 6·2 지방선거를 37일 남겨두고 있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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